바닷가를 앞에 둔 약간 어수선한 길가. 담과 중정이 카페 건물을 주변의 다른 공간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덕분에 담 사이로 들어가는 순간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벽을 따라 걸으며 생소한 식물들이 하나씩 보이고, 이내 건물에 들어서면 차분하게 내려앉은 분위기의 내부 모습과 큰 통창에 은은하게 펼쳐진 바닷가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동선이며 시선을 제법 세심하게 유도한다.
카페 내외부 모든 형태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모습이었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 정돈된 모양새가 차분함을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방석이나 벽에 붙은 등받이 쿠션을 보면 편하게 앉아 있도록 신경 쓴 모습이 보여 좋았다. 크리스마스트리 마저 화려하지 않아 좋다.
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무게가 굉장히 무거워서 튼튼하고 안정감 있는 반면, 꺼내고 넣기 조금 힘겨운 감도 있었다. 무거운데 손으로 잡을만한 적절한 부분을 못 찾겠는 느낌이 있다. 처음엔 불편해보였는데 막상 앉으니 엉덩이가 편해서 오래 앉아 있을 만했다. 좌판과 등받이의 기울기가 꽤 절묘하게 이루어져 있다. MEESEEK에서 판매하는 Tweak 체어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다리가 비슷하게 생긴 다른 의자였다. 정확히 어떤 제품인지는 모르겠다.
맑은 소리를 내는 이 풍경은 불교의 물건이다. 바람에 흔들려 소리를 냄으로써 수행자의 나태함을 깨우치는 도구인데, 보통 물고기 모양으로 물고기가 잠잘 때 눈을 감지 않듯이 수행자는 언제나 깨어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영화 인셉션에서 등장하는 팽이처럼 꿈을 알아차리는 도구와 같달까? 다른 생각에 빠져들다가도 바람에 소리가 울리면 스스로의 마음을 지켜보는 자세를 고쳐 잡을 수 있다.
음악소리와 풍경 소리, 바닷가 소리가 어우러져 청각적 경험이 훌륭했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풍경에 담긴 의미처럼 여러모로 앉아서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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