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종이를 구긴 듯한 독특한 질감, 텍스처를 돋보이게 만드는 은은한 광택.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자태를 자랑하는 가방 사진 하나가 하염없이 스크롤을 내리던 손가락을 멈추었다. 모노로우라는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된 시점이었다. 2022년 즈음 출근용 토트백을 사려고 하는데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 없어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했다.
사이즈가 서류 가방으로 딱이다. 태블릿도 여유 있게 들어가고 문서를 함께 정리해 넣기에 알맞은 내부를 갖추었다. 실용적이면서 깔끔한 수납, 단정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지만 구매를 결정지은 요소는 따로 있었는데, 바로 친환경 비건(vegan) 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었다.
식물성 재료로 동물 가죽이 가진 특성을 구현한 소재를 비건 가죽이라고 한다. 비건 가죽은 소재를 얻기 위해 동물을 해할 필요가 없다. 파인애플, 버섯, 선인장 등으로 가죽을 모방한 소재를 개발했다는 소식은 일찍이 들었었는데, 당시 한지로 만든 가죽은 처음 접해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친환경 소재인 한지를 이용해 가죽의 질감에서 오는 장점을 살렸다. 튼튼하고 습기와 마찰에도 강한데 동물도 해하지 않으며 식물 소재라 토양 오염도 일으키지 않는다니! 구매한 제품은 아쉽게도 지금은 단종되어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인데, 한지로 가죽을 만드는 하운지라는 브랜드에서 자재를 공급받아 만든 것 같았다.
친환경은 제품에서 떨어질 수 없는 숙명 같은 미션이다.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많아 물건을 살 때는 꼭 친환경을 생각한 제품인지 알아보고, 내가 디자인을 할 때도 반드시 제품의 생애주기를 고려한다. 문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소재의 반영은 이제 제품을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내가 이 가방을 구매하고 계속 사용하는 이유도 겉으로 드러나는 독특한 질감보다는 제품에 내재된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에 있다. 동물 가죽으로 만들었다면 구매하지 않았다.
모노로우 홈페이지에 오랜만에 방문해 보니 이제 여성용 핸드백만 제작하는 것 같다. 실용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그리고 친환경적인 가방을 찾는 여성 고객이라면 모노로우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https://mono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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